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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생산자물가..'배추·전기료' 줄줄이 상승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여름철 전기요금 감면이 끝나면서 주택용 전력 가격이 크게 올랐고, 명절을 앞둔 수요 증가로 배추와 쇠고기 등 농축산물 가격도 상승한 영향이다. 환율 하락으로 컴퓨터와 전자제품 등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전체 상승 폭은 제한됐지만, 에너지와 중간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9.78로 전월보다 0.2%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생산비용과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을 살펴보는 데 활용된다. 지수 기준연도는 2020년이며, 당시 지수를 100으로 설정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 7월 전월 대비 0.4% 하락했지만, 8월에는 0.1%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어 9월에도 0.2% 상승하면서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7.7% 상승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한 달 전 기록한 7.9%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전월 대비로는 오름세가 이어졌지만, 전년 대비 상승률은 소폭 둔화한 것이다.
농림수산품 가격은 명절 수요의 영향을 받아 전월보다 2.6% 올랐다. 농산물과 축산물 가격이 각각 3.7%, 2.7% 상승했고 수산물도 1.0% 올랐다. 품목별로는 배추 가격이 42.9% 급등해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쇠고기는 10.4%, 넙치는 7.5% 상승했다. 명절을 앞두고 식재료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일부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식품 관련 물가에 상승 압력이 더해졌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가격도 전월보다 1.3% 상승했다. 특히 주택용 전력 가격이 13.4% 올랐고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도 6.6%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주택용 전력 가격 상승이 여름철 요금 감면 종료와 관련된 일반적인 계절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계절에 따른 요금 조정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공산품 가격은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화학제품이 1.0%, 석탄·석유제품이 0.9% 상승했지만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가격이 1.7%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보합을 기록했다. 환율 하락이 전자제품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OLED와 LCD 패널, D램 등은 국제시장에서 달러 기준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환율 변동이 국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비스 가격은 전월보다 0.1% 내렸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가 끝나면서 숙박 관련 요금이 하락한 영향이다. 음식점·숙박서비스 가격은 0.6% 떨어졌으며, 호텔 가격은 6.6%, 관광숙박시설 가격은 15.8% 하락했다. 계절적 수요가 줄어들면서 숙박 관련 서비스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이처럼 농축산물과 전력 가격이 오른 반면 전자제품과 숙박서비스 가격은 하락하면서 품목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세부 품목을 묶어 살펴보면 식료품 가격은 전월보다 1.1% 올랐고, 신선식품은 4.1%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도 1.3% 올랐다. 반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생산자물가가 상승했지만 모든 품목에서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에너지와 화학제품 등 기업의 생산 과정에 필요한 품목들의 가격 상승 폭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석탄·석유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53.6% 올랐다. 화학제품은 17.5%, 산업용 도시가스는 38.9% 상승했다. 이들 품목의 가격 상승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여러 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 폭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석탄·석유제품과 화학제품 등 중간재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도 최근 인상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생산비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 상승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될 경우 향후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생산비용 상승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빨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나왔다. 석탄·석유제품 가격은 지난 6~8월 하락한 뒤 9월에 0.9% 상승했다. 비용 부담이 계속 쌓이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상승 속도가 갑자기 가팔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10월 물가 흐름은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함께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중순까지 국제유가가 하락한 점은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과 항공 유류할증료 인상은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앞으로 에너지 가격과 환율, 수요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과 반드시 같은 시점에 같은 폭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기업이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수요와 경쟁 상황에 따라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에너지와 원재료 가격의 높은 상승률이 이어지는 만큼 기업의 비용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추가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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