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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법원 양육권 판결 뒤 벌어진 비극
호주 법원에서 양육권을 인정받은 어머니가 한국에 머물던 네 살 딸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경찰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이는 끝내 아버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해외로 출국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경찰이 아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 8분쯤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장소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40대 A씨와 네 살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후 6시 23분쯤 현장에 도착해 차량 안에서 부녀가 숨져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 유족 측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우울증 치료를 위해 여러 종류의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A씨는 호주에서 아내 B씨와 이혼 및 양육권 소송을 진행하던 중 지난해 10월 말 딸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제주 서귀포시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 3월 30일 호주 법원에서 양육권을 인정받고 강제집행 허가까지 받았다. 이에 아이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왔지만, 그사이 A씨가 서귀포로 거처를 옮긴 상태여서 딸을 직접 만나기 어려웠다. B씨는 4월 초 서귀포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고 법원의 양육권 결정을 집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B씨는 당시 경찰이 A씨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채 영상통화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딸이 잘 지내고 있다는 취지로 안내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학대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는 한편, 필요하다면 아버지와 아이를 분리해 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러한 요구가 이어진 뒤에야 A씨와 딸을 파출소로 불러 신변을 확인했다는 것이 B씨 측 설명이다.
B씨는 이후 호주로 돌아간 뒤에도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대사관을 통해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22일 A씨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당시 신고 내용은 아이가 계속 운다는 것이었으며, 경찰과 서귀포시는 두 차례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실종신고 당시 경찰이 이러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이력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관련 조사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도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B씨 측의 설명이다. 아이의 안전을 우려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기존 신고 이력과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딸의 안전을 걱정할 만한 정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B씨는 지난 2일 A씨가 딸이 다니던 어린이집에 미국으로 가게 돼 더 이상 등원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연락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아이가 다시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을 우려한 B씨는 즉시 호주 대사관을 통해 현지 법원에 긴급 조치를 요청했다.
그 결과 B씨는 이튿날 열린 재판에서 딸의 여권을 취소하는 결정을 받아 출국을 막았다. 호주 법원의 양육권 결정에 이어 아이의 해외 이동을 막기 위한 조치까지 취했지만, 한국에 머물던 딸의 안전을 둘러싼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B씨는 제주경찰청에도 A씨의 정신건강 상태와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아이의 소재를 파악하고 안전 조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미국 출국을 언급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는 점을 설명하며 딸의 안전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B씨는 참변이 발생하기 전까지 경찰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경찰의 대응 과정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이력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점을 특히 문제 삼았다. 그는 “왜 3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 사실을 실종신고 당시 안내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경찰로부터 ‘확인을 안 했다. 죄송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타국에서 매일 관계 기관에 연락하고 경찰에 사정했지만 결국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비극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해외 법원의 양육권 결정 이후 아이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이력과 해외 출국 가능성 등 아이의 안전을 우려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관련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고 위험 가능성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경찰의 구체적인 조치와 판단 경위, 사건 발생 전 위험 신호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등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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